서해안에 초겨울 큰 눈이 내렸다. 기름으로 얼룩진 한 해를 닦아내고 맞는 새 겨울 서설이다. 통통배도 조각배도 닻을 내리고 눈세례를 받는다. 찬바람 불고 눈발 날려도 갯벌은 변함없이 기름지다. 얼고 녹고, 물 머금고 내뱉으며 굴·조개를 키우고 갯지렁이를 살찌운다. 추울수록 부드러운 속살 깊이 품었던 야문 갯것들을 어민들 손길에 내어주는 해산물의 자궁이다.